
파스퇴르와 저온 살균 이야기
파스퇴르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유로 널리 알려져 있다. 파스퇴르는 유명한 우유 브랜드 이름이기도 하지만, 일명 파스퇴르 공법 (pasteurization) 이라 불리우는 저온 살균법을 개발한 프랑스의 과학자이다.
저온 살균법은 오늘날 와인과 맥주, 우유 등 다양한 식품의 보존과 안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미국의 유명 마피아였던 알 카포네가 우유의 안전유통을 위해 유통기한 법안을 의회에 통과시켰던 재미난 일화도 있음.
가열을 통해 식품을 보존하려 했었던 시도는, 15세기 일본의 승려들이 쓴 일기 타모닌-니키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무려 1117년도에 (!) 중국에서 보존 목적으로 포도주를 가열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1860년대, 파스퇴르는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들이 쉽게 상한다는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프랑스 동부 아르부아의 한 농가에서 연구를 시작했음. 1864년 여름의 어느 날, 파스퇴르는 마침내 포도주들을 장기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단지 50~60도의 온도로 신선한 와인을 짧은 시간 동안 끓이는 것만으로도 미생물들을 없앨 수 있음을 발견한 것. 추후 파스퇴르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 방법은 "파스퇴르 공법"으로 불리게 된다. ¹
다만 20세기 초반까지도, 병원성 박테리아들을 불활성화 시키기 위한 표준화된 시간 온도 조합은 없었다고 함.
1943년에 이르러서야, 72도에서 15초, 혹은 63도 30분 간 저온 살균하면 완전한 가열 사멸 (thermal death)이 가능함이 밝혀짐.² (물론 당시 기술 수준에서 완전한)
이 방식의 저온 살균을 통해 대부분의 효모균, 곰팡이, 부패균, 일반적인 병원성 세균과 열저항성 미생물들을 죽일 수 있지만, 저온 살균이 완전한 멸균은 아니고 세균 군집을 상당한 규모로 줄여버리는 것임이 2012년 한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61.5도~67.5도에서 15초 간 가열하면 100만~1,000만 마리의 세균 중 한 마리만 살아남음을 확인함.
역사적으로 저온 살균은 식품 보존을 목적으로 쓰여왔지만, 호흡기 장비나 마취 장비같은 의료 장비의 비화학적 살균 처리를 위해, 70도의 물로 30분 간 저온 살균하기도 한다.⁴
온도가 올라가면 세균은 왜 죽을까?
온도가 올라가면 단백질이 변성된다는 사실은 다들 아실 것임.
다시 온도가 내려간다 해도, 변성된 단백질은 정상화되지 못한다. 계란을 가열하면 단단해지지만, 그 계란이 식는다고 다시 날달걀이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움.
세균도 마찬가지이다.
일정 온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세균의 피부인 세포벽이 파괴되고, 생명활동의 일꾼인 다양한 단백질들의 구조가 변성되어 활성을 잃는다. 세균의 모든 생명활동이 멈추게 되는 것임.
물론, 대부분의 세균들은 온도가 올라가면 죽지만 아주 드물게, 강력한 고온에서도 살아남는 세균들도 있다. (화산처럼 극한 환경에서도..)
가습기에 적용된 저온 살균
일반적인 복합식 가습기는 60~100도 사이로 물을 가열하여, 파스퇴르 공법과 유사한 원리로 저온 살균을 하게 된다. (브링더홈은 80도로 가열, 45도 부근으로 식혀서 미스트 분사)
세균이 자라기 매우 좋은 환경인 우유 (그냥 냅두면 세균 배양 천국)도 저온 살균하므로, 가습기에서의 저온 살균 또한 입증된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주의해야할 것은, 식품류는 저온 살균 후 완전 밀봉되어, 세균 유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반면 가습기는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전하고 올바르게 가습기를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관리이다.
매일 새 물을 갈아주고, 3일에 한 번씩 권장되는 세척방법에 따라 꼼꼼히 세척하는 것이 좋다.
요약
▪ 파스퇴르 저온 살균법 : 100도 이하의 저온 가열하여 병원균, 비내열성 부패균 등 미생물을 제거하는 방법
▪ 보통 60~62도에서 30분, 또는 72도에서 15초간 가열 (고온 단시간 살균법, HTST)
▪ 브링더홈 복합식 가습기는 80도로 물을 가열, 살균력은 온도 시간에 비례하므로 가동 중에는 지속적으로 저온 살균하게 됨
▪ 그러나 저온 살균이 완전 멸균을 의미하진 않음. 그러므로 꾸준한 세척 관리가 필요
인용
1 Tewari, Gaurav; Juneja, Vijay K. (2007). Advances in Thermal and Non-Thermal Food Preservation . Blackwell Publishing. pp. 3, 96, 116.
2 Ball, C. Olin (1 January 1943). "Short-Time Pasteurization of Milk". Industrial & Engineering Chemistry. 35 (1): 71–84.
3 Pearce, L.E.; Smythe, B.W.; Crawford, R.A.; Oakley, E.; Hathaway, S.C.; Shepherd, J.M. (2012). "Pasteurization of milk: The heat inactivation kinetics of milk-borne dairy pathogens under commercial-type conditions of turbulent flow" . Journal of Dairy Science. 95 (1): 20–35.
4 "Guideline for Disinfection and Sterilization in Healthcare Facilitie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2008